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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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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굿 전통을 부활시킨 연합 풍물 동호회
  • 조회 869
  • 등록일 2022-04-07

문화공간 그루

‘아름드리나무 아래 아름다운 사람들’은 괴산을 중심으로 한
풍물패 동호회 연합으로, 2021년 괴산 마을굿을 위해 뭉쳤습니다.
괴산에서 꾸준히 활동해 온 벼리, 선돌, 문광 신바람 사물놀이,
마실 춤모임, 음성놀패 등이 참여하고, 문화공간 그루가
주관한 모임입니다. 전문 풍물패인 그루는 국내외에 우리 문화를
전하는 전령사 역할을 하는 한편, 괴산 지역 내 생활문화동호인들과
활발하게 교류하는 단체입니다.

건강과 풍요를 기원하던 마을굿, 주민을 어루만지다.

괴산은 산이 깊고 큰 나무가 많은 고장입니다. 예로부터 큰 나무를 중심에 두고 마을굿을 자주 벌이곤 했으나, 마을굿을 기억하는 어르신이 한분 두분 돌아가시고 바쁜 농사일 때문에 명맥이 끊기게 되었습니다. 마을굿을 추억하며 그리워하는 어르신들은 많지만, 다시 마을굿을 펼칠 만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괴산에 여러 풍물 동호회가 있지만, 마을굿은 단일 동호회가 진행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니었기에 문화공간 그루 원혜진 대표는 여러 동호회가 힘을 합쳐 마을굿을 살려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마을을 품은 나무를 찾고 괴산의 민요와 농악을 배우는 작업, 마을 어르신의 이야기를 듣고 기록하는 것이 큰 의미가 있으리라 판단하였고, 연합 풍물패 동호회원들과 함께 생활문화동호회 활동 지원사업을 통해 2021 괴산 마을굿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마을굿 모임에서 기획회의, 함께 모여 ‘쿵덕쿵’ 익히는 즐거움, 마을굿을 올리기 위해 ‘마을굿 모임’을 조직하고, 기획회의를 진행했습니다. 또한 마을 이장님과 부녀회장님, 풍물패분들에게 추천을 받아 옛이야기를 들려주실 분을 파악하여, 그분들을 찾아다니며 이야기와 노래, 가락 등을 녹음했습니다. 녹취한 이야기와 노래는 지난 기록과 비교하여 어떻게 마을굿에 활용할 것인지 회의하고 결정했습니다.

다음 작업은 본격적으로 공연단을 구성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동안 동호회들이 개별활동은 했지만, 함께 모일 기회가 별로 없었습니다. 이번 마을굿은 동호회들이 뭉쳐서 합동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리라 생각했기 때문에 동호회 회원 외에 참여 의사가 있는 주민을 공개적으로 모집해 인원을 확대했습니다. 풍물에 익숙하지 않은 주민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한편, 동호회 회원들과 네이버 밴드를 통해 의견과 정보를 활발하게 공유했습니다. 동호회 회원들과 마을주민이 하나의 공연단을 구성,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으나 진행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공연이 예정되었던 마을이 3일간 폐쇄되면서 계획은 또 수정되었습니다.

한참 연습이 필요할 때는 농번기라 회원들은 기량을 높이기 위해 바쁜 시간을 쪼개서 연습해야 했습니다. 드디어 9월 15일. 괴산 이평리 마을 전체에 풍악이 울려 퍼졌습니다. 이평리는 가을 송이 채취가 중요한 수입원인 마을로, 송이의 풍년과 송이 캐는 이들의 무탈을 기원하는 마을굿을 했습니다. 악기 연주가 힘든 주민들은 소품을 준비했고, 그루를 비롯해 6개 풍물 동호회 회원들, 마을주민 모두가 참여하는 마을굿이 펼쳐졌습니다. 풍물패는 경로당에서부터 마을을 한 바퀴 돌아, 고사를 지내는 곳까지 길 곳곳에 흥을 퍼트렸습니다. 마을 어르신들은 오랜만에 본 마을굿에 감격했으며, 동호회 회원들은 갈고 닦은 기량을 마음껏 뽐냈습니다. 2021 괴산 마을굿은 동호회 회원들에게 다른 동호회와 마음과 힘을 모아, 함께 올렸다는 큰 자부심도 안겨주었습니다.

2021 괴산 마을굿이 쏘아 올린 작은 공

아름드리나무 아래 아름다운 사람들의 괴산 마을굿 프로젝트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게 아닙니다. 5년 이상 차근차근 실력을 쌓아온 아마추어 풍물패 동호회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모이기 어려운 각각의 동호회 회원들이 지역문화진흥원의 2021 생활문화동호회 활동 지원 사업을 계기로 발표회 공연도 함께해낼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동호회 회원들과 문화공간 그루는 지원사업 유무를 떠나, 계속해서 모여 캠프를 열고 길놀이와 공연을 펼쳐갈 생각입니다.

interview
01 “힘 합쳐 괴산 마을굿 한 판 올려야겠다는 생각 들어”

인터뷰 원혜진

괴산의 마을에는 특별한 굿이 있어요. 큰 나무 아래서 올리는 마을굿이죠. 마을굿 복원도 의미가 있지만, 실은 어르신들의 간절함이 동호회와 함께 마을굿을 올리게 된 계기입니다. 2021년 초 문광면 송평리에서 지신밟기 행사를 진행했는데요. 소수의 인원이 모여 짧게 치른 행사였지만 마을 어르신들께서는 매우 좋아하셨어요. 마스크를 쓰고 유모차를 밀고 풍물패를 따라다니시며, 마을을 위해, 새로 지은 집을 위해, 열심히 빌어주셨습니다. 집마다 문을 활짝 열고, 장독대 앞에서 술을 뿌리며 복을 비는 할머니 모습이 참 감동적이었는데요. 그때 93세 할머니가 즐겁게 춤을 추시면서 “나 죽기 전에 한 번 더 와.” 당부하시더라고요. 가슴이 뭉클해졌어요. 지금 필요한 것,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생각해봤어요. 정성껏 올리는 마을굿 한 판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원혜진 문화공간 그루 대표
02 “마을굿으로 괴산의 풍물패 동호회가 이어졌어요”

인터뷰 최OO

기억나요. 우리 어렸을 때 자주 봤거든요. 농촌이다 보니, 동네마다 마을굿이 있었어요. 큰 멍석에다가 쌀을 한 말씩 주면서 굿하던 때가 있었죠. 1년 동안 건강하게 해달라고, 잡귀를 쫓아 달라고 빌었죠. 추억 속 마을굿을 내가 직접 하게 된다니, 감격스러웠어요. 장구를 배운 건 환갑이 넘어서였어요. 2021년에 68세인데, 이제야 장구 가지고 노는 법을 좀 알 것 같아요. 배우고 연습하다 보니, 장구가 더 재미있어지더라고요. 혼자 하면 재미없을 텐데 동호회 친구들과 함께라 신이 나요. 이번 마을굿은 여러모로 의미가 커요. 동네마다 활동하는 분들이 있었지만, 함께 놀기는 처음이었거든요. 마을굿을 하며 괴산 면면이 이어졌다고나 할까요. 괴산이 농촌이지만, 서로 교류가 많진 않았어요. 좀처럼 문을 열지 않은 분들이 대부분이었는데, 마을굿으로 많은 분들이 마음까지 활짝 여시는 걸 보고 무척 뿌듯했어요. 흥을 돋워드리니, 어르신들이 어찌나 행복해하시던지요. 군수님한테도 “(풍물단을 보며) 우리동네 사람들이에요”라며 자랑스러워하시더라고요.

- 최OO님 동호회 회원
03 “동호회 활동은 괴산에 사는 가장 큰 즐거움”

인터뷰 노OO

동호회 활동은 제 삶의 유일한 활력이에요. 저는 몇 년 전 귀촌한 케이스에요. 막상 시골에 왔는데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더라고요. 어떻게 지역사회에 참여해야 할지 방법을 몰라 난감하던 중, 벼리를 알고 동호회에 들어오게 됐어요. 풍물패에 들어오면서 진정한 괴산 삶을 시작했다고 할 수 있어요. 관계가 형성되기 시작했으니까요. 풍물만 하는 게 아니라 마음도 나누죠. 우리의 모토는 ‘할 수 있는 만큼, 즐거울 만큼’입니다. 마을굿 공연을 위해 소고 특강 수업에 참여했는데, 다른 동호회 분이 소고춤을 멋지게 추시더라고요. 샘이 나서 저도 덩달아 열심히 했죠. 함께 하니 재미도 있고, 선한 영향력도 주는 것 같아요. 사이가 돈독해지기도 하고요

- 노OO님 동호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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